오랜만에 맞는 일요일, 책장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잡지 한 권을 꺼냈다. 2024년 10월호 뉴타입.
얼마 전 일본에 다녀왔던 일이 떠오른다. 나리타 공항에서 라운지에 들어가기 전에 읽을거리를 하나 사볼까 싶어 서점에 들렀다. 둘러보았지만 마땅히 읽을 책이 눈에 띄지 않아 잡지 코너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반가운 마음에 뉴타입을 집어 들었다. 한국에서는 10년쯤 전에 폐간된 잡지인데, 일본에서는 여전히 발간되고 있었다.
잡지 한 권을 들고 계산대에 섰다. 나이는 좀 있어 보이지만 인상이 참 고운 직원이었다. 일본 공항에서 책을 사는 건 처음이라, 책이 면세되는 걸 보고 잠시 신기해하며 결제를 마쳤다. 계산을 마치자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いってらっしゃい。」 (잘 다녀오세요)
그저 평범한 인사말이었을 텐데, 그 한마디가 마음속 깊이 남았다. 내가 일본어로 인사를 건넨 것도 아니고, 단지 일본어 잡지를 샀을 뿐인데, 직원은 자연스럽게 일본인인 줄 알고 말을 건넸다. 마치 내가 일본에서 살다가 잠시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 같았다. 이상하게도 그 짧은 인사는 “다시 돌아올 걸 알고 있어요”라는 확신처럼 느껴졌다.
속으로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답하며 라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참 익숙해진 일본을 떠나면서도,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일본에는 여러 번 다녀왔고, 첫 방문 때 느꼈던 설렘은 어느새 잦아들었다. 이제는 특별히 해야 할 일도 없고, 새로운 관광지도 찾지 않는다. 다만 이곳의 공기를 마시며, 익숙한 골목을 거닐고, 마음에 드는 커피숍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직 다음 여행 일정은 잡지 않았지만, 내년 봄쯤 다시 오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기다리기 어렵다면, 올 연말이라도 훌쩍 다녀올까 싶다.
답글 남기기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해야합니다.